공매도 잔고가 늘어나는 걸 보면 무조건 팔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한미반도체를 처음 매수하고 나서 며칠 뒤부터 공매도 잔고 비중이 슬금슬금 올라가는 걸 보며 괜히 들어갔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공매도의 실체를 알고 나서는 오히려 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공매도가 늘어날수록 불안해야 할까: 맥락으로 읽는 수급
한미반도체는 현재 발행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약 6.7% 수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위험 신호처럼 보이지만, 저는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이게 단순히 나쁜 신호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공매도 잔고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을 올린 주체들이 대부분 헤지 펀드 계열 운용사들입니다. 이들이 구사하는 전략이 바로 롱숏(Long-Short) 전략입니다. 여기서 롱숏이란, 특정 종목을 매수(롱)하는 동시에 다른 종목이나 같은 종목을 공매도(숏)하여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 투자 기법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미반도체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은 있지만 주가 조정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일부를 숏 포지션으로 덮어두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급등할 때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고, 주가가 빠질 때는 줄어드는 반복 패턴이 나타납니다. 제가 보유 중에 그 패턴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공매도가 늘 때마다 겁먹고 팔았다면, 이후 반등을 통째로 놓쳤을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개념이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입니다. 쇼트 스퀴즈란,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들이 주가 급등 상황에서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서둘러 매수에 나서면서 오히려 주가 상승을 가속시키는 현상입니다. 현재처럼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수주 증가라는 호재가 터질 경우, 이 쇼트 스퀴즈 효과가 강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건 무조건 긍정 신호라기보다, 조건이 맞을 때 폭발할 수 있는 에너지가 쌓여 있다고 보는 시각에 가깝습니다.
한미반도체의 핵심 제품인 TC 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패키징 공정에서 칩을 열과 압력으로 접합하는 장비입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HBM 생산량이 가파르게 늘면서 이 장비의 수요 역시 동반 상승 중입니다. TC 본더 분야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적인 기술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매도 잔고가 높아도 펀더멘털 자체를 의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쪽으로 저는 판단했습니다.
핵심 포인트:
- 공매도 잔고 비중 약 6.7%, 주가 급등 시 늘고 조정 시 줄어드는 반복 패턴 확인
- 주요 공매도 주체는 헤지 펀드의 롱숏 전략으로, 투기적 매도와는 성격이 다름
- 수주 증가 호재 발생 시 쇼트 스퀴즈 가능성 존재
밸류에이션 70배, 비싼 건 맞다: 그러나 이 논쟁엔 두 얼굴이 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한미반도체를 검토할 때 TC 본더라는 독점 기술이 있으니 비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는데, 막상 수치를 보니 생각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현재 한미반도체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70배 수준입니다. 여기서 PER이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들이 이 기업의 이익 1원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비교 대상인 ASML의 PER이 40배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압도적 강자보다도 더 비싼 멀티플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는 두 회사가 26배로 동일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PBR이란 주가를 기업의 장부가치로 나눈 지표로, 자산 대비 시장이 이 기업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는지 나타냅니다. PBR이 같다는 건 시장이 두 회사를 자산 기준으로는 동등하게 보고 있다는 뜻인데, 이익 기준에서는 한미반도체가 훨씬 비싼 구조입니다.
ASML처럼 독점 포지션을 가진 기업에는 프리미엄 멀티플이 붙는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SML은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분야에서 10년 이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실적을 안정적으로 쌓아온 기업입니다. 여기서 EUV란 반도체 회로를 매우 가는 선폭으로 새기기 위해 극자외선 파장의 빛을 사용하는 노광 장비 기술로, 현존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7년까지 EUV 장비에만 8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기술 우위가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PER 70배라는 멀티플이 급격하게 압축되는 멀티플 리레이팅(Multiple Re-rating)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이건 비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논리 자체는 맞지만 전제 조건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독점 기술의 지속성이 확인될 때는 맞고, 경쟁 구도가 흔들릴 때는 빠르게 틀려질 수 있는 논리입니다.
거시적 관점에서도 확인할 게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80% 늘린 25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며, 내년에도 50% 추가 증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약 20~25% 수준의 설비 투자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증가율 자체는 마이크론보다 낮지만, 경쟁사의 추격이 가속화되면 추가 캐팩스(CAPEX, 설비 투자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 투자가 현실화될수록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밸류 체인 전반에 수주 증가라는 낙수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ASML은 한국 메모리 고객사들의 물량이 2026년까지 이미 모두 매진 상태라고 밝혔습니다(출처: ASML 공식 실적 발표).
반도체 설비 투자 사이클과 소부장 수혜 종목의 관계는 한국거래소(KRX) 섹터별 수급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밀어올리고, 그 수요가 장비 업체들의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미 사이클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 한미반도체를 두고는 두 시각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TC 본더 독점력과 HBM 수요 확대를 근거로 현재 밸류에이션도 정당화된다는 쪽과, ASML 대비 과도한 프리미엄이라는 쪽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어느 한쪽만 맞는 얘기가 아닙니다. 수주 가시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비싼 멀티플도 버텨주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 먼저 꺾이는 게 고PER 종목의 특성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