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인텔이 하루 만에 14% 오른 날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뉴스를 보고 "이미 많이 올랐겠지"라고 스스로 단정 짓고 창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단순한 계약 뉴스가 아니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습니다.

인텔 14% 폭등, 단발 뉴스인가 구조적 전환인가
저는 과거에 애플 관련 공급망 뉴스가 터질 때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뒤늦게 확인하고 추격 매수를 했다가 뉴스 소멸 이후 하락 구간에서 손실을 봤습니다. 반대로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외면했다가 추가 상승을 지켜보며 아쉬워한 적도 있습니다. 그 경험에서 제가 배운 건 하나였습니다. 단발성 뉴스와 구조적 변화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인텔 급등의 배경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애플-인텔 간 예비 합의 소식이었습니다. 애플이 인텔의 18A 공정을 통해 반도체 일부를 생산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18A 공정이란 인텔이 개발 중인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기술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채택해 TSMC의 2나노급 공정과 경쟁하는 수준의 기술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애플이 사실상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파운드리 공급망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분산하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를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전문 제조 업체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A시리즈, M시리즈 칩은 사실상 TSMC가 독점 생산해왔습니다.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건, 단순히 인텔 한 종목의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라는 훨씬 큰 흐름의 일부라는 뜻입니다.
같은 날 마이크론이 15%, 샌디스크가 16%, AMD가 11% 급등한 것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전망이 더해지면서 시장이 섹터 전반의 구조적 수요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개별 뉴스에 반응한 게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꺼번에 터진 날이었습니다.
나초 트레이드, 고유가가 시장을 어떻게 바꾸는가
이번 증시 분석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나초(NACHO) 트레이드"입니다. Not A Chance of Hormuz Opening의 줄임말로, 호르무즈 해협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시장의 비관론을 뜻합니다. 월가에서 이런 용어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고유가 장기화를 단순한 리스크 요인이 아니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신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이 해협이 봉쇄되거나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협상안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동발 리스크가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어떤 경로를 거치게 될까요. 제가 생각하는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가 상승 → 에너지 비용 증가 →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압력 지속
- CPI 고착화 →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또는 추가 인상 가능성
- 고금리 장기화 →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 투자 재무 부담 증가
- AI 투자 둔화 우려 → 반도체 수요 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
여기서 CPI란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로, 일반 가계가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인플레이션의 핵심 지표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수치 중 하나입니다. 이번 주 발표되는 4월 CPI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박 논리도 존재합니다.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1만 5,000건 증가하며 예상치(7만 건)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4.3%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고용 지표가 이렇게 견조하면 소비 기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다만 제가 경험상 느끼기엔, 수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저임금 일자리 위주의 고용 증가와 높은 물가가 겹치면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마이클 버리 경고 vs 시티 전망, 지금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반도체 랠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 시장에서 명확하게 둘로 갈립니다. 마이클 버리 같은 분들은 현재 AI 관련 반도체 주가 급등이 닷컴 버블(Dot-com Bubble) 수준의 붕괴를 예고한다고 경고합니다. 닷컴 버블이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과 무관하게 폭등한 뒤 2000년대 초 급격히 붕괴된 현상을 말합니다. 당시 나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약 78% 하락했습니다(출처: Nasdaq).
반면 시티(Citi)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현재 상승이 기업들의 실제 이익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고 봅니다.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이미 엔비디아, 마이크론 같은 기업들의 분기 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 두 시각 중 어느 한쪽에 완전히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버블이냐 아니냐를 지금 단정하기보다는, 어느 쪽이든 대응할 수 있는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시장에서 확인해야 할 이벤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미중 정상회담으로, 관세 문제와 희토류 공급망, 반도체 기술 통제 완화 여부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둘째는 4월 CPI 발표로, 주거비를 포함한 핵심 지표 결과가 연준의 금리 경로를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가 됩니다. 두 이벤트의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섣불리 포지션을 크게 늘리기보다는, 분할 대응으로 리스크를 나누는 전략이 지금 시점에선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반도체는 계속 오른다"와 "버블이 가까워졌다"는 두 서사가 팽팽하게 맞서는 구간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 강한 확신을 갖고 움직이다 크게 다친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이번 주 미중 정상회담과 CPI라는 두 이벤트는 그 서사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속단 말고, 지켜보는 것도 전략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