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가 800조 원에 달한다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과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TSMC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근거 있는 저평가는 결국 해소된다는 것, 그걸 제 투자 경험으로 한 번 검증해 봤습니다.

코스피 7500이 단순 희망이 아닌 이유
증권가에서 파격적인 목표가를 제시할 때마다 저는 항상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갈등했습니다. 따라가야 하나, 아니면 이미 늦은 건가. 코스피가 3,000을 돌파했을 때 너무 비싸다고 판단해 매도했다가 이후 계속 오르는 걸 지켜봐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높은 목표가가 나오는 이유를 실적이라는 근거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숫자는 단순한 희망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KB증권이 코스피 목표치로 7,500을 제시한 근거는 밸류에이션(Valuation)에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비싸거나 싼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지표로 측정합니다. 2026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5% 증가한 792조 원으로 추정되고, 2027년에는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 바탕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시는 저평가 상태에서 크게 오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반도체만이 아니라 방산, 조선, 정유, 기계 등 제조업 전반이 동시에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 섹터 하나의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가 바뀌고 있는 국면입니다.
이번 이익 성장이 주식 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만 올해 법인세가 141조 원 수준으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발행을 줄여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출처: 한국은행).
TSMC와 비교하면 보이는 저평가의 실체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설득력 있었던 부분은 TSMC와 한국 반도체 듀오의 밸류에이션 비교였습니다. 수치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TSMC 시가총액: 약 2,800조 원 / 연간 영업이익: 약 100조 원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 약 2,800조 원 / 2027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 약 800조 원
시가총액은 같은데, 이익 규모는 여덟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산술적으로는 극심한 저평가처럼 보입니다. 저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숫자는 숫자였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비교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TSMC는 파운드리(Foundry) 구조로 운영됩니다. 파운드리란 고객사의 설계를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안정적인 장기 주문을 받아 수익 변동성이 낮은 편입니다. 반면 한국 반도체 양사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급 사이클(Supply-Demand Cycle)에 따라 이익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지금처럼 업황이 좋을 때의 이익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번 국면이 기존 사이클과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에서 시작된 AI 관련 메모리 수요가 낸드(NAND) 플래시까지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가속기에 핵심 부품으로 쓰입니다. 낸드는 장기 기억 저장 역할을 담당하는데,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보관해야 할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 내 낸드 수요가 함께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오랜 업황 부진으로 증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 급증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밸류에이션 재평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판단의 기준은 분기별로 발표되는 실적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실제로 충족하는지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이번 주 실적 시즌,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이번 주 일정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4월 21일: 연준 의장 지명자 케빈 노스 청문회 및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 취임
- 4월 22일: 테슬라, 램 리서치 실적 발표
- 4월 23일: 한국 1분기 GDP 성장률 발표, SK하이닉스·인텔 실적 발표
- 4월 24일: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CSI) 발표, 현대모비스·현대로템 실적
이 중 제가 가장 주목하는 건 SK하이닉스 실적입니다. 앞서 설명한 코스피 7,500 논리의 핵심 전제가 반도체 이익 전망이기 때문에, 이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하는지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됩니다.
램 리서치(Lam Research) 실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램 리서치는 반도체 식각 및 증착 공정에 쓰이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낸드 증설 여부를 판단하는 간접 지표가 됩니다. 이 회사의 수주 동향이 좋게 나온다면 낸드 투자 확대 흐름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 1분기 GDP 성장률도 빼놓을 수 없는데,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만큼 실제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케빈 노스 청문회에서는 금리 인하 친화적 발언과 함께 은행 규제 완화 기조가 나오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은행 규제 완화란 금융기관이 위험자산 보유 한도 등의 규제를 덜 받게 되는 것으로, 이 경우 은행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 시장 유동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코스피 7,500이라는 목표가에 대한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근거는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근거가 유효한지는 매 분기 실적이 증명해줘야 합니다. 목표가를 보고 따라가기보다는, 그 숫자를 지탱하는 기업 이익이 실제로 나오고 있는지를 분기마다 확인하며 판단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저는 훨씬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