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4조 5,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전격 발표했다. 보통주 7,336만 주와 우선주 1,360만 주를 대상으로 하며, 소각 예정일은 4월 2일로 확정됐다. 여기에 다음 주 잠정 실적 발표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매출 121조 원, 영업이익 39조 6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 125조 원, 영업이익 43조 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급 수치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처음 매수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당시 주변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는 동안 삼성은 수율 문제로 뒤처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를 사라는 말이 많았다. 그 시기에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은 꽤 달랐고, 삼성전자를 들고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삼성전자가 그 시간 동안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파운드리 수율을 끌어올리고 HBM4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 기다림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이번 자사주 소각과 실적 전망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주식에 100%는 없다. 아무리 좋게 보는 종목이라도 리스크 관리는 항상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
14조 원대 자사주 소각, 주주 환원을 넘어선 메세지
자사주 소각이 왜 이렇게 주목받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주식 수가 줄면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으로 나눠 갖게 되니 주당 순이익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자본금 감소 없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실적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는 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스스로 지금의 실적이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장의 시작임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등이다.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단기 상승폭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났고, 이것이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다만 14조 원대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11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추진하는 게 과연 지속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주주 환원과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하겠다는 건 현금 창출 능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분기가 하나라도 나오면 두 가지를 동시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지만, 바로 이런 지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운드리 흑자 전환과 2나노 공정의 신뢰도
파운드리 업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TSMC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2030년 양산 예정인 미국 애리조나 4공장 예약까지 이미 마감됐을 정도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실질적인 제2의 공급처로 보기 시작한 건 이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GTC 개발자 회의에서 차세대 그레이스 호퍼 LPU 칩에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다. 테슬라와는 약 25조 원 규모의 AI 반도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테일러 공장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해 AI칩 A16을 2033년까지 장기 공급하기로 했다. 구글, AMD, ARM과의 협업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내가 특히 주목하는 건 엑시노스 2600이다. 갤럭시 S26에 탑재된 이 칩은 단순한 자체 칩의 귀환을 넘어, 파운드리 공정 신뢰도를 외부 고객사에 증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엑시노스가 발열 문제로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기억 때문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체 칩을 통해 축적한 양산 데이터와 공정 레시피가 수율 안정성의 핵심 증거로 외부 고객사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현재 2나노 공정 수율이 60%를 넘어섰다는 사실도 이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율 60%는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한 기술적 임계점으로 평가받는 수치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목표 주가 32만 원, 지금이 진짜 저점인가
숫자가 말해준다. 삼성전자의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은 5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55조 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는데, 전분기 대비 35% 증가한 수준이다. HBM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331%라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며,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된 6세대 HBM4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루빈 탑재가 유력한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2026년 하반기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고, 시장에서는 목표 주가를 32만 원까지 상향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 지역 협상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등하며 마감했다. 에너지 불안 완화 기대감이 글로벌 위험 자산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목표 주가 32만 원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믿고 지금 당장 올인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시장에서 긍정적인 재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목표 주가 상향이 줄을 잇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파운드리 흑자 전환은 2026년 하반기로 예상되지만 확정이 아니라 전망이다. 1.4나노 공정 양산 시점이 2029년으로 밀린 것도 속도 조절이라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기술 일정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좋은 재료가 많을수록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실적이 실제로 기대치를 충족하는지 한두 분기 더 확인하면서 분할 접근으로 리스크를 나누는 전략이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 요약
삼성전자가 14조 원대 자사주 소각과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 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TSMC 공급 한계로 파운드리 수주 기회가 열리고 있으며, HBM4 양산과 2나노 수율 안정화로 실적 반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파운드리 흑자 전환이 아직 전망 단계인 만큼, 분할 접근으로 리스크를 나누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