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년 만에 인류를 실은 우주선이 다시 달을 향해 출발했다. 아르테미스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같은 날 스페이스X가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주항공 산업에서 단 하루 만에 두 개의 굵직한 이벤트가 겹쳤다. 우주항공 테마주를 처음 접한 건 스페이스X 관련 뉴스가 쏟아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국내 관련주들이 며칠 사이에 30~40%씩 급등하는 걸 보면서 나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종목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뉴스 헤드라인 하나만 보고 매수했다. 스페이스X 관련 뉴스가 잠잠해지자 주가는 빠른 속도로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손실을 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배운 게 있다. 우주항공 테마주는 뉴스 모멘텀에 반응하는 속도가 빠르지만, 그 모멘텀이 사그라들면 주가를 받쳐줄 실적 기반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두 가지 이벤트를 계기로 우주항공 투자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구조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르테미스 2호, 달에 발을 딛는 게 아닌데 왜 중요한가
아르테미스 2호는 달 표면에 착륙하는 임무가 아니다. 달을 경유해서 돌아오는 과정이다. 달에 발을 직접 딛는 건 아르테미스 4호에서 이루어질 계획이다. 그런데도 이번 발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이 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임무가 성공하면 NASA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과 의회에 심어주게 된다. 내년으로 예정된 달 착륙에는 스페이스X의 착륙선이 투입되고, 이후에는 블루 오리진이 만든 착륙선도 계획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큐브 위성을 발사 도중 사출해 우주 방사선 데이터를 수집하는 보조적인 역할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처럼 깊숙하게 관여하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있지만,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달 착륙, 화성 탐사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구체화될수록 우주 산업의 밸류체인 전체가 커진다. 지금은 개별 이벤트에 반응하기보다 이 구조적 흐름 안에서 어떤 기업이 실질적인 수혜를 받는지를 차분하게 따져볼 때다.
스페이스X IPO와 밸류에이션, 기대만큼 믿어도 될까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XAI와 합병 기준으로 1.25조 달러, 상장 시에는 최소 1.5조~1.8조 달러가 거론된다. 상장 즉시 S&P 500 시가 총액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도 편입 요건을 15일로 단축하는 등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생일인 6월 28일 상장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올해 내내 스페이스X 관련 뉴스가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페이스X 상장이 다른 우주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이다. 비교 기업이 없는 독보적인 기업이 높은 밸류를 받을수록, 그 외 우주 기업들의 밸류에이션도 함께 리레이팅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긍정적인 관점이지만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비판적인 시각을 덧붙이고 싶다. 비교 기업이 없다는 말은 양날의 검이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거품을 가릴 수도 있다. 테슬라도 처음 상장했을 때 비교 불가능한 혁신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주가 변동성이 극심했다. 뉴스 모멘텀으로 올라간 밸류와 실적으로 뒷받침되는 밸류는 다르다. 스페이스X 상장이 섹터 전반의 기준점을 높여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 기준점 상승이 개별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 우주항공 관련주, 투자전략
국내 우주항공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 대부분은 기술 모멘텀이나 실적 개선보다 뉴스 플로우에 의한 것이었다. 모멘텀이 약해지는 구간에서 조정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에서 주목받는 종목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스페이스X에 특수합금을 납품하는 스피어와 HVM이다. 스페이스X 관련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다. 단기 뉴스 플로우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접근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리스크가 있다.
둘째는 중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세트렉아이와 인텔리안테크다. 세트렉아이는 지상 관측 위성을 만드는 기업으로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인수된 이후 하방 안정성도 갖추고 있다. 인텔리안테크는 저궤도 위성 통신 안테나를 납품하는 기업으로, 저궤도 통신망이 증가할수록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ETF를 통한 접근도 방법이지만, ETF마다 구성 종목이 다르기 때문에 방산 비중, 미국 우주항공 기업 비중, UAM 비중을 먼저 확인하고 본인의 투자 방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항공 산업의 성장을 믿는다면, 그 믿음을 뉴스 모멘텀이 아닌 실체가 있는 기업에 걸어야 한다.
📌 요약
아르테미스 2호 발사와 스페이스X IPO 신청이 같은 날 이루어지면서 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스페이스X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섹터 전반의 리레이팅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뉴스 모멘텀과 실적 기반의 상승은 구분해야 한다. 국내 관련주 중에서는 단기 변동성이 큰 스페이스X 납품사보다, 세트렉아이·인텔리안테크처럼 위성 관측·통신 기반의 중장기 성장성을 갖춘 종목이 더 안정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