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의 IPO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기업 가치만 최대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조 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를 처음 살 때도 비슷한 흥분을 느꼈는데, 이번에도 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르테미스 2가 먼저였다
스페이스X IPO 이야기가 본격화되기 직전, 2025년 4월 아르테미스 2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됐습니다. 오리온 우주선이 약 10일간 달 자유 귀환 궤도를 따라 비행한 뒤 태평양에 귀환한 것입니다. 자유 귀환 궤도란 달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이 자연스럽게 지구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설계된 비행 경로를 말합니다. 별도의 추진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안전성 검증에 최적화된 방식입니다.
아르테미스 계획 자체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다시 인간을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한 번의 단발성 착륙이 아니라 달 기지 건설과 지속 가능한 유인 탐사 발판을 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 2호는 달에 착륙하지도, 달 궤도에 진입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었던 건 우주 발사 시스템(SLS)과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 시스템, 안전 프로토콜을 실제 우주 환경에서 검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폴로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도 감탄이 나옵니다. 1969년 당시 달 모듈 상단부만 분리해 발사하고,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커맨드 모듈과 도킹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기술적 도전이 쉽지 않은데 50여 년 전에 해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노하우가 단절되다 보니 지금 다시 검증 단계부터 밟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아르테미스 계획 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르테미스 2: 달 궤도 왕복 비행 및 안전 프로토콜 검증 (2025년 완료)
- 아르테미스 3: 스페이스X 스타십 또는 블루 오리진 착륙선의 무인 달 착륙 시험 (2027년 예정)
- 아르테미스 4: 유인 달 표면 착륙 (2028년 예정)
- 아르테미스 5~: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연 1회 유인 탐사
HLS(인간 착륙 시스템)란 달 궤도에서 우주인을 달 표면에 내려보내고 다시 귀환시키는 착륙선 기술을 뜻합니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이 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아직 실제 인간을 태운 달 착륙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2조 달러의 밸류에이션, 근거가 있는가
스페이스X가 IPO(기업공개) 신청을 마쳤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IPO란 비상장 기업이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매도하며 증권 거래소에 상장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 가치는 최저 1조 2,500억 달러에서 최대 2조 달러 수준으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870조에서 3,000조 원에 달합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밸류에이션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였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론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비교 대상 기업의 멀티플, 즉 주가수익비율이나 주가매출비율을 참고해 상장 가격을 결정합니다.
스페이스X 측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스타링크 위성 통신 사업과 XAI와의 합병을 근거로, 단순한 우주 기업이 아닌 AI 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같은 방산·우주 기업이 아니라 팔란티어 같은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멀티플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멀티플이 높아질수록 같은 매출 규모여도 기업 가치를 훨씬 크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XAI의 전 분기 매출은 약 1억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오픈AI의 2025년 3월 월 매출은 약 20억 달러, 분기 환산 시 60억 달러 수준입니다(출처: Bloomberg). XAI는 오픈AI 대비 매출이 60분의 1 수준인 셈입니다. 이 규모의 AI 사업부를 합병했다는 이유로 AI 기업 멀티플 전체를 적용받겠다는 건 공격적인 주장입니다.
블룸버그가 "스페이스X의 2조 달러 기업 가치는 AI 과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직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9개월 전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가 약 4,00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1년 만에 다섯 배로 올려잡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간 성장률 100%를 가정하더라도 테슬라나 팔란티어보다 높은 멀티플이 산출된다는 사실은, 시장이 '꿈의 가격', 즉 PDR(Price Dream Ratio)을 얼마나 크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이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팰컨 9 재사용 로켓 기술로 발사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경쟁력입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상장 후 투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이번 스페이스X IPO에서 개인 투자자 배정 비중이 최대 3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통상 IPO에서 소액 투자자 배정은 전체의 5~10% 수준에 그칩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상당합니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 1위는 여전히 테슬라로, 2025년 4월 기준 약 32조 원 규모입니다(출처: 한국예탁결제원). 스페이스X 관련 ETF와 공모 펀드가 이미 국내에 최소 일곱 개 이상 출시됐거나 준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남들 다 산다'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입니다. 테슬라를 처음 매수할 때 주변에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로봇 회사"라는 논리를 들었고, 팔란티어를 고민할 때는 "그냥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AI 플랫폼"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스페이스X도 지금 "로켓 회사가 아니라 AI 회사"라는 동일한 논리 구조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이 논리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장 직후 흥분 상태에서 진입하는 것이 현명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스페이스X IPO를 두고 합리적인 접근 방향을 고민한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는 게 좋다고 봅니다.
- 상장 이후 실제 분기 실적이 기대 성장률을 뒷받침하는지 확인한다.
- 아르테미스 3호 착륙 실험 성공 여부 등 기술 리스크가 얼마나 해소되는지 지켜본다.
- 테슬라와의 합병설이 현실화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기업 가치에 반영될지 분석한다.
꿈을 파는 능력은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꿈 중 일부는 실제로 현실이 됐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꿈의 크기가 아니라 가격의 합리성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역사상 최대 IPO라는 수식어가 붙을수록 냉정함이 더 필요합니다. 상장 직후 잠시 기다렸다가, 시장의 흥분이 가라앉고 첫 공식 실적이 공개된 이후에 접근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 전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