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가 두 배로 뛰었는데도 해지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클로드 코드로 업무를 돌리기 시작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앤트로픽이 2025년 2분기 흑자 전환을 공식 발표했을 때, 저는 그 뉴스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 지갑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AI가 돈이 된다는 증거, 제 구독 내역에 있었습니다
처음엔 개인 플랜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리서치를 돌리고, 자료를 만들고, 코드를 짜다 보니 어느 순간 더 비싼 모델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직원 계정에도 깔아주고, 그것도 부족해서 다른 기기에도 계정을 추가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매달 나가는 금액이 처음의 세 배를 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앤트로픽이 흑자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B2B 비중입니다. B2B란 기업 간 거래를 의미하는데, 개인 소비자보다 단가가 높고 해지율이 낮아 수익성이 훨씬 좋습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개인 사용자 비중이 높은 반면, 앤트로픽은 기업 고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습니다. 그 차이가 이번 흑자 전환의 구조적 배경입니다.
여기에 원가 절감 효과도 더해졌습니다. 앤트로픽은 엔비디아 GPU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구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와 아마존의 Trainium 같은 자체 AI 칩을 병행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TPU란 딥러닝 연산에 특화된 구글의 자체 반도체로, 범용 GPU보다 특정 AI 작업에서 비용 효율이 높습니다. 이 원가 다변화가 수익 구조를 빠르게 개선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클로드 코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폭증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AI 에이전트(AI Agent)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시스템을 말합니다. 저도 이 에이전트 방식으로 업무를 전환한 이후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는데, 그게 저만의 경험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앤트로픽이 컴퓨팅 용량이 부족해서 구글, 아마존, 스페이스X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도 인프라 계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이 수요가 얼마나 가파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비판적으로 볼 지점도 있습니다. 이번 흑자 전환 발표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IPO란 비상장 기업이 주식 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것을 말하며, 이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유리하게 정리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앤트로픽 스스로도 연말에 다시 적자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흑자 전환 자체는 의미 있는 신호지만, 구조적 수익성이 안착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메모리 비중 25%, 숫자가 보내는 신호와 제가 선택한 것
모건스탠리가 엔비디아의 신제품 베라루빈(Vera Rubin) 플랫폼의 원가 구조를 분석한 자료를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건 SK하이닉스 추가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좋은 자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압니다.
베라루빈 플랫폼 한 대의 원가 구조에서 메모리 비중은 전작 대비 9%에서 25%로 급등했습니다. 쉽게 말해 1억 원어치 엔비디아 제품이 팔릴 때마다 2,500만 원이 메모리 기업으로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HBM(High Bandwidth Memory)이 핵심입니다.
HBM이란 일반 DRAM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수십 배 빠른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필수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현재 산업의 최대 병목은 메모리"라고 직접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앤트로픽 흑자 전환과 메모리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이번 주 시장이 들썩인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마이크론도 현재 고객 수요의 절반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공급 증가는 2028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앤트로픽이 AI 인프라 사이클을 실제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분석은 날카롭습니다. 이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빅테크의 반도체를 사주고 클라우드 고객이 되어주면서, 엔비디아·TSMC·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을 뒤에서 받쳐주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제가 경계하는 건 그 다음 단계입니다. 메모리, 전력, 신재생에너지, 수소연료전지, 심지어 테슬라와 포드까지 'AI 인프라 테마'로 무차별 편입되는 건 유동성 장세(liquidity-driven market) 후반부에서 자주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유동성 장세란 실적보다 풍부한 시중 자금이 주가를 밀어 올리는 시장을 말하며, 테마 확산이 가장 넓어지는 시점이 흔히 고점 신호가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SK하이닉스를 HBM 테마 초기부터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추가 매수 욕심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이번엔 정말 다르다"는 자료에 흥분해서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긴 시간 물렸던 기억이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흥분을 가라앉히고 메모리 ETF(상장지수펀드)로 분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빅테크 중심의 데이터센터 매출을 통합해서 발표했는데, 이번엔 ACI(AI Cloud Infrastructure), 산업·기업(Industry & Enterprise),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으로 별도 구분해 공개했습니다. 엣지 컴퓨팅이란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사용자 기기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 분류 자체가 "빅테크 외의 수요가 이제 충분히 크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출처: NVIDIA 투자자 관계).
이번 흑자 전환 발표가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앤트로픽의 B2B 중심 수익 구조가 흑자 전환의 핵심 동력
- 엔비디아 베라루빈의 메모리 원가 비중이 9%에서 25%로 급증
-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클로드 코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
- 컴퓨팅 인프라 부족으로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공급망 편입 검토
산업의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방향이 맞다'는 것과 '지금 이 가격에 추격 매수해도 좋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AI 인프라 테마의 구조적 성장을 믿는다면, 개별주 고점 추격보다 반도체·메모리 ETF로 섹터 분산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클로드 코드 구독료를 계속 내고 있는 한, 이 사이클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