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엔비디아가 새 AI 모델 공개 행사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열었고, AMD CEO 리사 수가 직접 삼성전자와 네이버를 찾았습니다. 거기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 원을 넘기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앞질렀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인지, 이번 흐름이 그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먼저 선택한 이유
제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왜 하필 한국이었을까"였습니다. 엔비디아가 미국 외 국가에서 자사 AI 모델 공개 행사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엔비디아 이름을 내건 부스가 생기고, 새 AI 모델과 함께 AI 비서 네모(NeMo)까지 현장에서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네모란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개발 프레임워크로, 기업이 자체 AI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고 맞춤화할 수 있도록 데이터, 학습 기술, 추론 기능을 한데 묶어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AI를 만들 필요 없이, 이 플랫폼 위에서 자사 데이터로 튜닝해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까지 AI 생태계가 수직으로 갖춰진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산업을 지켜보면서 항상 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서 세계 1위라는 건 알지만, 그게 전부인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들이 구글, 알리바바 등 여러 AI 모델을 실시간으로 비교 테스트하며 업무에 적용하는 현장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빅테크가 노리는 건 단순한 반도체 공급처가 아니라, 실제 AI를 쓰고 데이터를 쌓는 기업 생태계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AMD 리사 수 방한과 반도체 공급망 전쟁
AMD CEO 리사 수가 대표 취임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네이버 본사를 직접 방문해 로봇 센터를 둘러보고,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반도체 생산 라인을 확인하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도 자사 GTC 컨퍼런스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부스를 직접 찾아 러브콜을 이어갔습니다.
이 두 CEO의 행보를 보면서 제가 느낀 건 경쟁이 무서워졌다는 점입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가운데, AMD는 빅테크들과 공급 계약을 늘리며 추격 중입니다.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AI 패권 경쟁의 핵심이 됐고, 그 열쇠를 쥔 나라가 한국입니다.
여기서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메모리로, AI 연산처럼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AI 가속기에 HBM이 탑재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엔비디아도 AMD도 HBM 공급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실적과 코스피 저평가 논쟁
삼성전자가 2026년 1분기에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 2천억 원이라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8년에 기록한 연간 최대 영업이익 58조 8,900억 원에 단 석 달 만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도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네 번째 수준으로, 알파벳보다 앞섰습니다.
전체 영업이익 중 약 50조 원이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HBM 가격은 10배 이상 상승했고,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투자 계획이 올해까지 발표된 상태라 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실적이 나오는데도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7.5배에 불과합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이 기업의 이익 대비 얼마나 비싸거나 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미국 S&P 500의 PER이 20배 안팎임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얼마나 저평가 상태인지 가늠이 됩니다. 해외 전문가들이 "주가는 오르고 있는데 여전히 싸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골드만삭스 코스피 8,000 전망, 그냥 믿어도 될까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8,000포인트로 제시했고, 노무라도 8,000, JP모건은 8,500까지 내다봤습니다. 목표가 상향의 근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코스피 전체 이익 전망치 220% 증가 예상
- PER 7.5배 수준의 여전한 저평가
- 외국인 자금이 아직 언더웨이트(비중 축소) 상태로 추가 유입 여지 존재
언더웨이트란 특정 자산이나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기준보다 낮게 가져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아직 한국 주식을 덜 담고 있다는 뜻이니, 향후 비중이 정상화되면 추가 매수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다만 제 경험상 이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증권사들의 목표가 상향은 주가가 이미 오른 후에 뒤따라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기 급등 이후 조정이 왔을 때 버티지 못하고 파는 상황을 주변에서 여럿 봤기 때문에, 비트(단기 급등 종목에 올라타는 매수 방식)는 피하는 게 낫습니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가 2분기부터 메모리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4분기에는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언급된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메모리 호황이 반도체 부문에는 호재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같은 다른 사업부에는 원가 압박으로 작용하는 역설적 구조입니다. 지정학 리스크도 여전합니다. 한반도 정세가 악화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항상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단기 낙관론에 올인하기보다는 분할 매수로 리스크를 나누는 접근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이번 흐름을 보면서 한국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단순한 부품 공급처를 넘어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엔비디아와 AMD가 동시에 한국을 찾은 건 우연이 아닙니다. 지금의 실적과 저평가 구조가 맞물려 있는 시점이라면, 서두르기보다 흐름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분할로 접근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