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간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2조 8,300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4조 4,000억 원을 팔아치웠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는 순간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포트폴리오의 60%가 빠진 채로 버티고 있던 저에게, 이 숫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신호였습니다.

외국인이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배경
직접 겪어보니, 시장 흐름은 뉴스보다 늘 먼저 움직입니다. 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간신히 버티면서 코스닥 종목들이 무너지는 걸 매일 지켜봤습니다. ADR(등락비율)이 코로나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에 매일 속이 쓰렸습니다. ADR이란 일정 기간 동안 오른 종목 수를 내린 종목 수로 나눈 지표로, 시장 전체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데 씁니다. 이 수치가 코로나 때만큼 낮다는 건 그만큼 코스닥 종목 대부분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의 자금 흐름은 이 시기에 반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5월 31일 기준 코스닥 내 외국인 투자자 보유 시가총액은 약 66조 원으로 전체의 11%에 달하며, 같은 달 22일에는 코스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는 단순한 단기 매매가 아니라 포지션을 쌓아가는 흐름으로 읽힙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코스닥 전체가 좋아졌다는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코스피에서 급등한 반도체 대형주를 차익실현하고, 많이 빠진 코스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자금 이동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이 시각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펀더멘털이 개선된 게 아니라 상대적 저평가 매력을 노린 이동이라는 점을 먼저 받아들이는 게 맞습니다.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반도체 소부장 종목 분석
지난달 코스닥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다섯 개 가운데 세 개가 반도체 소부장 종목이었습니다. 소부장이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완성품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급망 핵심 영역입니다.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차지한 파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0% 넘게 성장했습니다.
이오테크닉스와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전문 기업들입니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완성된 반도체 칩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후공정 작업을 말합니다. AI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고성능 칩의 패키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이 두 종목은 그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차전지 쪽에서는 에코프로비M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솔직히 이 뉴스를 처음 보자마자 "지금 파두라도 담아야 하나"라는 충동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늘 조심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과거에 "외국인이 대거 사들인다"는 소식만 믿고 따라 들어갔다가, 그 외국인이 단기 차익만 챙기고 조용히 빠져나가는 걸 목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매출 200% 성장이라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이 실제 흑자인지, 현재 주가가 정당한 밸류에이션인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외국인이 집중한 소부장 종목들을 볼 때 제가 실제로 점검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영업이익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매출 성장이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 PER(주가수익비율)이 동종 업종 평균 대비 과도하게 높지 않은지
- 외국인 순매수가 며칠째 이어지는지, 아니면 하루 반짝인지
-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사고 있는지 (수급의 질이 다름)
코스닥 승강제와 국민성장펀드가 만들 변화
이번 외국인 매수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단순히 저가 매수 이상의 논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코스닥 승강제가 오는 10월 시행될 것으로 유력시되면서 이 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코스닥 승강제란 코스닥 상장 기업을 실적과 규모 기준으로 1군, 2군, 3군으로 구분하는 제도입니다. 1군 기업들만 모아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면 국내외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자산 묶음을 추종하는 펀드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결국 돈을 버는 코스닥 기업이 1군으로 분류되면 ETF 편입과 함께 추가 수급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민성장펀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출시 5영업일 만에 완판된 6,000억 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펀드는 의무적으로 투자금의 10%를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매출이나 이익 요건이 부족해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방식으로, 바이오·반도체 분야 초기 기업들이 주로 활용합니다. 하반기 2차분 출시도 예정되어 있어 코스닥으로 향하는 정책 자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제 경험상 이런 정책 효과는 실제 시행일 기준으로 수급이 몰리는 게 아니라, 시행 전 기대감 단계에서 먼저 움직입니다. 지금 외국인이 선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다만 승강제는 10월 시행이고 펀드 2차분도 하반기인 만큼, 기대감이 실현된 사실로 바뀌기까지는 아직 시차가 있습니다. 이 시차 사이에 단기 외국인 자금이 언제든 빠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결국 제가 이 뉴스를 보고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흥분부터 가라앉히고, 제 포트폴리오에 담긴 코스닥 종목들을 냉정하게 두 줄로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돈을 버고 있는 종목과 기대감만으로 버티는 종목을 구분하고, 후자는 지금이라도 손절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외국인 수급이 며칠째 이어지는지, 승강제와 펀드가 실제로 시행되는지, 이 두 가지 데이터만 보면서 움직이려 합니다. 충동 대신 규율로 판단하는 것, 제가 수차례 손해를 본 뒤 겨우 체득한 습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아래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