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핵심 비중으로 들고 있는 저로서는, 24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지던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가 끊기고 지수가 단번에 8,400선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그 어떤 뉴스보다 반가웠습니다. 검은 금요일, 검은 월요일을 겪으며 버텨온 시간이 있었기에 그 안도감은 남달랐습니다. 다만 안도와 동시에, 또 익숙한 추격 충동이 올라왔다는 것도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인 순매수 복귀, 진짜 추세 전환일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4거래일이라는 긴 매도 행렬이 단 하루 만에 끊기면서 기관까지 합세해 지수를 끌어올렸으니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최종 문서 조율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결과였습니다.
여기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Risk-on)란, 투자자들이 채권이나 현금처럼 안전한 자산 대신 주식·원자재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때 이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고, 그 수혜가 신흥국 증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곧바로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트럼프의 휴전 관련 발언이 이번이 38번째라는 사실을 앵커가 짚어줬을 때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인데, 과거에 비슷한 헤드라인에 흥분해서 성급히 비중을 늘렸다가, 며칠 뒤 발언이 뒤집히며 손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하루의 외국인 순매수를 추세 전환의 신호로 읽는 건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실제 종전 서명이 이루어지고, 외국인 매수가 며칠 연속으로 지속되는 것을 확인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긴축 공포, 증시에 진짜 악재인가
유럽중앙은행(ECB)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한국은행 총재도 늦지 않게 금리를 올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일본도 다음 주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역시 다음 주 동결이 우세하지만, 10월 인상 확률이 60% 수준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FOMC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기준금리 인상·동결·인하를 결정하는 회의체입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긴축이 악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증권가의 논리는 명확합니다. 경기가 나빠서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라면 진짜 악재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폭발해서 물가가 오르고 그 결과로 금리가 인상되는 구조라면 오히려 우량 실적주를 선별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증시가 급락한 것은 예외적인 경우였고, 그 외 금리 인상기에는 오히려 증시가 상승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긴축이 이미 선반영됐다"는 말은 양날의 검입니다. 예상보다 매파적인 신호가 추가로 나온다면, 선반영됐다고 믿었던 시장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가능성만큼은 배제하지 않고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12개월 선행 PER 8배, 코스피는 정말 싼가
이번 반등에서 자주 등장한 근거 중 하나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8배에도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PER(Price-to-Earnings Ratio)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기업의 이익 대비 얼마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라고 해석합니다.
글로벌 주요 시장의 평균 PER이 15~20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코스피 8배는 확실히 낮은 편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일부 증권사 리서치 센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따라간다면 코스피 12,000까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을 보면 솔직히 지금이라도 비중을 더 늘려야 하나 하는 충동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겪어봐서 아는데, 이 충동이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것은 매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싼 것이 더 싸질 수 있고, 밸류에이션 갭이 채워지는 시점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마이크론 밸류를 따라가면"이라는 시나리오도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적이 긴축 공포를 이기는 조건
이번 반등의 핵심 프레임은 결국 "실적이 긴축 공포를 이긴다"입니다. 1999년 닷컴 랠리 당시에도 금리와 물가 부담은 구경제, 즉 전통 제조업 중심의 시클리컬 섹터에 타격을 줬지만 반도체·기술주로 대표되는 성장 섹터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시클리컬 섹터(Cyclical Sector)란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군을 의미합니다. 철강, 화학, 건설처럼 경기가 좋을 때 실적이 좋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실적도 빠르게 꺾이는 특성을 가집니다. 반도체는 AI 투자 사이클이라는 독자적인 수요 동력을 갖추고 있어 이 시클리컬 분류와는 다소 결이 다릅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을 어떻게 바라볼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종전 협상 서명 여부: 트럼프 발언 38번째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실제 서명이 이루어지는지 확인
- 외국인 매수 지속성: 단 하루의 순매수가 아닌, 며칠 연속 순매수 여부로 추세 판단
- 2분기 실적 발표: 7월부터 본격화되는 실적 시즌에서 반도체 대형주의 이익 모멘텀 확인
- FOMC 이후 금리 경로: 10월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모니터링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실적 모멘텀이 살아있는 동안 시장의 방향성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 판단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헤드라인 하나에 추격 매수를 하거나, 반대로 긴축 뉴스 하나에 핵심 비중을 던지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 후회로 이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로 검증하는 인내입니다. 종전 서명의 실제 성사 여부, 외국인 매수의 연속성, 그리고 7월 실적 시즌의 숫자를 확인하며 판단하는 것이 헤드라인 한 줄에 흔들리는 것보다 훨씬 강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에는 핵심 비중을 유지하면서 그 세 가지 확인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입니다. 실적이 긴축 공포를 이기는 구조는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곧 '지금 당장 추격하라'는 신호는 아닙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