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8,4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남의 잔치 같았습니다. 제 계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라 있었지만, 나머지 보유 종목의 60%는 조용히 밀리고 있었습니다. 지수는 역대급인데 계좌는 웃지 못하는 상황. 그게 지금 이 장세의 민낯입니다.

양극화 장세, 분산투자가 오히려 독이 된 이유
제가 분산투자를 믿어왔던 건 특정 종목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장에서는 그 논리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으로만 집중되면서, 실적이 멀쩡한 다른 종목들까지 소외돼 줄줄이 밀려 내려갔습니다.
이게 단순한 체감이 아닙니다. 실제로 코스피 전체 종목 중 하락 종목 비율이 90%를 넘는 날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그 두 종목이 오르면 지수는 올라도 나머지 대부분은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입니다.
여기서 포모(FOMO)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쉽게 말해 나만 수익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 심리를 뜻합니다. 지수가 올라갈수록 이 포모 심리는 강해지고, 고점에서의 무리한 추격 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그 충동을 느꼈습니다. 이미 들고 있는 하이닉스를 수십만 원 더 높은 가격에서 추가 매수할까 손가락이 근질거렸으니까요.
코스피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훌쩍 넘는 수준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제 계좌가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매도 폭탄이 될까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목표로 정해둔 자산 배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비율이 초과된 자산을 팔고 부족한 자산을 사들이는 작업입니다. 쉽게 말해, 주식이 너무 많이 올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그만큼 팔아서 비율을 다시 맞추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비중이 이미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4.5%로, 원래 목표치인 14.9%보다 약 10%포인트 가량 높은 상태입니다. 5월 말까지의 추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제 비중은 20% 중후반대까지 올라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간극을 그대로 놔두면 이론상 70~80조 원 규모의 매도가 필요한 상황이 됩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공포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뉴스를 보고 바로 손절을 결정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과거에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휩쓸려 손절했다가 다음 날 바로 반등하는 걸 몇 번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발표 전에 움직이는 건 추측이지 판단이 아니다'였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중 리밸런싱을 일시 유예한 전례가 있습니다. 소비 진작을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를 반복 연장해온 정책 패턴처럼, 시장 상황이 민감할 때 연금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 원칙상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을 동시에 고려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3분기 변곡점, 지금 추격 진입이 맞는가
시장에서는 "올라가는 주식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됩니다. 저도 그 논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타이밍과 근거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율은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7월 말~8월 초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EPS 성장률(주당순이익 증가율)이란 기업이 한 주당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전년 동기 대비로 비교한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구간은 주가에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됩니다.
문제는 3분기부터입니다.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시점, 즉 전기 대비 여전히 이익을 내더라도 증가 속도가 느려지는 구간에서는 시장의 낙관 심리가 빠르게 꺾일 수 있습니다. 지금 고점에서 추격 매수를 결정한다면, 정확히 그 변곡점을 향해 들어가는 셈이 됩니다.
제가 이미 핵심 비중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더 높은 가격에 추격 진입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분산이 독이 됐다고 해서 그 반대편인 쏠림으로 갈아타는 건 더 큰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보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은 둘 다 감정이지, 데이터가 아닙니다.
빠진 60%, 어떻게 솎아낼 것인가
결국 지금 제게 남은 과제는 하나입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소외된 종목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여기서 무작정 손절하거나 무작정 버티는 건 둘 다 전략이 아닙니다.
제가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적이 받쳐주는데 단지 수급에서 소외된 종목은 분할 매수 또는 홀딩
- 기대감만으로 올랐다가 기대가 꺾이며 빠진 종목은 냉정하게 손절
- 고금리, 고환율 국면에서 수출 비중이 낮고 내수에만 의존하는 종목은 비중 축소
여기서 수급(需給)이란 주식 시장에서 특정 종목을 사려는 자금(수요)과 팔려는 물량(공급)의 균형 상태를 뜻합니다. 실적이 좋아도 수급이 쏠리지 않으면 주가가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고금리 국면에서 실적 없는 종목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는 건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경고해온 부분입니다.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이 확실한 종목으로만 몰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유한 종목 중 몇 개가 정확히 이 범주에 해당한다는 걸 이번 장에서 뼈저리게 확인했습니다.
6월 이후 투자 환경을 보면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동시에 유지되는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결국 수출 비중이 높고 실적이 검증된 대형 IT, 반도체 하드웨어 계열입니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는 스마트폰, 전장, 서버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필수로 들어가는 부품으로,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동반 성장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 흐름이 글로벌 밸류 체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근거입니다.
포모에 휩쓸려 고점에서 추격하거나, 공포 헤드라인에 밀려 실적주를 던지는 건 둘 다 데이터가 아닌 감정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제가 이번 양극화 장세에서 배운 건 딱 하나입니다. 발표된 사실로만 판단하고, 추측이 만든 충동은 멈춘다는 것. 빠진 60%를 실적 기준으로 냉정하게 솎아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입니다. 국민연금 발표 결과도, 3분기 실적 방향도 결국엔 숫자로 확인됩니다. 그 숫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포지션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결정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