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엔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10% 가까이 빠지는 걸 보면서 "이 정도면 타이밍이다" 싶었거든요. 작년에 비슷한 구간에서 삼성전자를 담아 짭짤하게 수익을 낸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제가 직접 겪어보니 10% 조정이라는 숫자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매도가 멈추지 않는 진짜 이유, 금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6%까지 올라섰습니다. 여기서 국채 금리란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릴 때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전 세계 자금이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서 빠져나와 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30년물은 이미 5%를 넘어 리먼 브라더스 사태 초기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입니다.
왜 금리가 이렇게 계속 오를까요. 제가 이 부분을 들여다보니 크게 세 가지가 맞물려 있었습니다.
- 고유가 장기화로 물가가 잡히지 않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소멸된 점
- 미국 국채의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과 일본의 매수 여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
-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국채 발행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
여기서 유동성 축소 장세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유동성 축소 장세란 시중에 돌아다니는 투자 자금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가 상승의 연료가 부족해지는 국면을 말합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돈의 가격이 비싸지고, 그 결과 위험 자산에 투입되는 자금 총량이 감소하는 구조입니다.
올해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90조 원을 팔았는데도 외국인 보유 비중이 39%로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역설적으로 들립니다. 이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워낙 크게 불어나면서 생긴 착시 효과입니다. 시가총액이란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값으로, 이 두 종목만으로도 코스피 전체 시총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즉 수량 기준으로는 팔았지만 남아있는 물량의 가치가 더 커진 겁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착시는 "외국인 매도가 끝물"이라는 낙관론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팔 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흐름은 기준금리 사이클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으며, 금리 정점 확인 이전에 반전된 사례는 드물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래서 저는 분할 매수를 택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전자에 한 번에 비중을 싣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점 대비 29% 넘게 빠져 있었으니까요. "이 정도면 너무 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 분석을 들으면서 멈칫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주 실적 기대감에 스페이스X 관련 기대감까지 더해져 단기간에 급하게 오른 종목이었고, 지금은 그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빠지는 추세의 종목은 더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 제가 직접 2022년에 경험했던 교훈이기도 합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가 실적 대비 얼마나 싸거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 같은 지표들로 측정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 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당히 높은 구간에 진입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는 것과 주가가 곧 오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 매력이 시장에 반영되는 시점이 지금이 될 수도 있고, 6개월 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전략은 전체 매수 예정 금액을 4등분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의 상승세가 멈췄다는 신호를 확인할 때마다 한 회씩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2022년 금리 급등 당시 코스피가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약 1년이 걸렸다는 사실도 머릿속에 새겨뒀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적입니다. 당시는 꿈으로 오른 시장이었고, 지금은 반도체 실적이 실제로 받쳐주는 장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락 속도가 다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급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접근을 원한다면 반도체 대형주만 볼 게 아니라 내수 섹터도 같이 살펴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식품주나 백화점, 화장품 같은 내수 종목들은 외국인 수급의 직격탄을 상대적으로 덜 맞으면서도 실적이 탄탄한 종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은 내수 섹터는 외국인 대규모 매도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결국 이번 조정에서 저는 빠르게 행동하는 것보다 신호를 기다리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세가 멈췄다는 확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번에 풀매수하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 그리고 반도체에만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실적 좋은 내수 종목으로 시야를 넓히는 것이 지금 제가 택한 방향입니다. 조정장일수록 급하게 따라가다 물리는 경우가 많다는 건 제가 이미 몇 번이나 직접 겪어봤으니까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