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했을 때 "펀더멘털이 무너진 건가?" 하고 겁부터 집어먹으셨다면, 이번 하락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핵심 비중으로 들고 있는 터라, 최근 코스피 급락의 본질이 무엇인지 방송과 리포트를 뜯어보며 직접 추적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하락의 뿌리는 기업 실적이나 경기 침체가 아니라 수급 구조의 꼬임이었습니다.

수급 꼬임이 폭락을 만들었다
이번 코스피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레버리지 ETF의 수급 꼬임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1% 오르면 2% 오르고, 1% 떨어지면 2% 떨어지는 상품입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출시 초기라 운용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증권사들은 레버리지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보유해야 하는데, 초반에 그 비중 조절을 제대로 못하면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과도하게 고평가됐습니다. 그러다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를 대거 팔았고, 증권사들도 쌓아둔 현물과 선물을 일제히 처분하면서 낙폭이 극단적으로 커졌습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즉 네 마녀의 날이 이 꼬임을 풀 수 있는 분기점으로 주목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네 마녀의 날이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 이렇게 네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동시에 겹치는 날을 의미합니다. 이날은 ETF 리밸런싱과 청산이 집중되기 때문에 꼬였던 수급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효과가 생깁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수급 꼬임 국면에서 가장 당하기 쉬운 사람이 "기업은 멀쩡한데 왜 이렇게 빠지지?"라며 저점인 줄 알고 추격 매수한 분들입니다. 저도 과거에 같은 실수를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중론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반도체 소부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
코스닥이 이날 4% 가까이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반도체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 섹터의 강한 반등이 있었습니다. 전공정 장비 업체들과 후공정 관련주, 기판주까지 전 분야가 동반 상승했는데, 이 흐름의 근거가 된 것이 SK하이닉스의 2030년 웨이퍼 생산량 2배 확대 계획입니다.
여기서 웨이퍼(Wafer)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기반이 되는 얇은 실리콘 원판을 뜻합니다.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공정 장비와 소재, 후공정 패키징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거기에 2034년까지 세 배 확대라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장비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수출 데이터를 보면 이 흐름이 숫자로 확인됩니다. 일반 D램과 낸드 수출 단가는 소폭 감소했지만, HBM(High Bandwidth Memory)과 D램 모듈의 수출 단가는 각각 33%, 18% 상승했고, HBM 단가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GPU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입니다. 단가 상승이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소부장의 매출 확대 스토리는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실적에 기반한 흐름으로 보입니다(출처: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제 경험상 이런 섹터 로테이션은 한 번 방향이 잡히면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6월 이후 반도체 소부장이 주도 테마로 부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공급 확대 계획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으로 싸다"는 말에 흔들리면 안 되는 이유
이 시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에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7배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싼 구간"이라는 분석을 내놨는데, 저도 솔직히 이 말에 흔들렸습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코스피 10년 평균 PER이 10배 수준인데 현재 7배라면 분명 싸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추격 매수 충동이 올라오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는 과거에 딱 그 상황에서 충동을 못 참고 들어갔다가 수급 꼬임이 끝까지 안 풀리는 동안 추가 하락을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싸다"는 것과 "지금 당장 오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급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외국인의 리밸런싱 매도가 6월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코스피는 7,500~8,200선의 박스권 안에서 변동성 있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국면에서 기술적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20일 이동평균선입니다. 이동평균선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 평균을 이은 선으로, 심리적 지지선과 저항선 역할을 합니다. 코스피가 20일 이동평균선에 걸려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 선을 기준으로 하단에서 매수, 상단에서 매도하는 박스권 매매가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핵심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급 꼬임 해소 여부: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이 만기 이후 얼마나 안정되는지 확인
- 외국인 동향: 6월 23일 선진국 지수 편입 이슈와 연동한 외국인 매수세 전환 시점
- 기관 매수 재개: 주식 투자 한도 소진 이후 6월 말부터 적극 매수 가능 여부
- 2분기 실적 발표: 7월 첫째·둘째 주 실적 시즌에서 펀더멘털 재확인
전력 변압기, 지금 들어가도 될까
최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 기기 대장주들이 한 달 새 30% 이상 빠지면서 저평가 매수 기회라는 리포트가 여러 개 나왔습니다.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모두 국내 전력 기기 밸류에이션이 해외 경쟁사보다 낮아졌고, 2026년 신규 수주가 기존 가이던스 대비 2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가 실제 가치 대비 얼마나 저평가 혹은 고평가됐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지난해 3월에도 전력 기기주가 크게 조정받을 때 잡은 분들이 LS일렉트릭에서 400% 이상의 수익을 경험했다는 점은 분명 참고할 만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당장 추격보다는 확인 후 진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대일렉트릭은 30% 가까이 빠졌음에도 연초 대비 여전히 80% 이상 올라 있고 추정 PER도 30배를 넘습니다. 절대적 저평가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미국 데이터센터 님비(NIMBY) 현상, 즉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의 지역 내 설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수주 모멘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 미국 수주 결과와 국내 반도체 공장·AI 데이터센터 관련 국내 수주 가능성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력 기기가 이렇게까지 빠질 줄은 몰랐고, 동시에 빠졌다고 해서 바로 기회가 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결국 이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규율입니다. 수급 정상화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곧 전량 매수 신호는 아닙니다. 6월 말까지 외국인 리밸런싱, 기관 매수 재개, 2분기 실적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차례로 확인하면서 박스권 하단에서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저도 핵심 비중은 흔들지 않되, 변동성을 단기 매매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포지션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하에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