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삼성전자 몇 배 났다"는 말을 들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움직였던 적이 있습니다. 코스피가 2,000에서 8,000까지 오르는 동안 제 포트폴리오 종목의 60%는 마이너스였으니, 그 조바심이 얼마나 컸는지 지금도 생생합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느끼는 분이라면, 저처럼 가장 비싼 자리에서 움직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남과 비교할 때 추격매수가 시작된다
포모(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자신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의미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이 감정은 특히 강하게 작동하는데, 남이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남이 돈 벌었다는 얘기가 내 귀까지 들린다는 건 이미 그 종목이 한창 달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소식을 듣고 추격매수(이미 많이 오른 자산을 뒤늦게 따라 사는 행위)를 하면, 통계적으로 고점 근처에서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에 휩쓸려 미국 주식으로 갈아탈 뻔했습니다. 만약 그때 실행했다면, 한국 시장이 폭등하는 걸 옆에서 구경만 했을 겁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패턴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현대중공업은 2009~2010년 조선 붐 때 50만 원을 찍었지만, 이후 그 가격을 회복하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LG생활건강은 K뷰티 열풍이 절정이던 2021년 이후 6년 만에 주가가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아이돌의 해외 성과가 여전한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심리가 바뀌자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펀더멘털(기업의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과 수익 구조)은 그대로인데 시장 심리만 변한 것이죠.
포모에 흔들린 투자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 다 오른 종목을 고점에서 추격매수해 손실 확정
- 시장이 바뀌었을 때 뒤늦게 갈아타 반대편 손실 반복
- 자기만의 투자 원칙 없이 감정으로 매매해 복리 곡선 단절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가 급등 직후 신규 매수 비중이 집중되고 이후 수익률은 평균을 하회하는 경향이 반복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결국 비교의 기준을 '남'에 두는 순간, 항상 한 박자 늦게 가장 비싼 자리에 서게 됩니다.
복리를 지키는 투자자만 결국 돈을 번다
복리(Compound Interest)란 원금에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원금에 합산되어 그다음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눈덩이를 굴릴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인데, 이 효과가 폭발적으로 작동하려면 절대로 굴러가는 도중에 눈덩이를 깨뜨려서는 안 됩니다.
워런 버핏이 "내 부의 90% 이상은 70대 이후에 만들어졌다"고 말한 건 그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95세가 된 지금까지도 원칙을 깨지 않았기 때문에 복리 곡선이 끝까지 이어진 겁니다.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먼 얘기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제 포트폴리오의 60%가 빠진 상황을 들여다보니, 그 손실 중 상당수가 포모에 흔들려 테마주(특정 이슈나 유행에 따라 단기 급등하는 종목군)를 추격 매수한 결과라는 걸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은 심리적으로는 맞지만, 벤치마크(시장 평균 수익률 등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기준 지표) 없이 완전히 눈을 감으면 오히려 잘못된 종목 선택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지점이 좀 다릅니다. 비교를 차단하되, 자신의 선택에 대한 논리는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나는 이 종목을 왜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그건 이유 있는 투자가 아니라 포모가 만들어준 자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복리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코스피가 10년 넘게 박스권(일정 범위 안에서만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성 없이 횡보하는 구간)에 갇혔던 시기처럼, 횡보장에서 무작정 인내하면 복리가 아닌 기회비용만 쌓입니다. 그래서 시장과 종목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를 먼저 갖추는 것이 복리의 전제가 됩니다. 국내 개인 투자자의 장기 수익률 데이터를 보면, 빈번한 매매보다 일정한 원칙을 유지한 투자자 그룹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결국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60% 빠진 종목들을 '이유 있는 보유'와 '포모가 만든 자리'로 냉정하게 분류하는 것입니다. 비교 대상을 남이 아닌 과거의 저로 두고, 복리 곡선이 끊기지 않도록 감정이 아닌 논리로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게 이 장세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포모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시장이 움직이는 한 언제나 나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번 사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소음에 반응할 때마다 복리 곡선에는 흠집이 생깁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정보다 공부를 선택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습관이 쌓이면 결국 복리가 일을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