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 저보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반도체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올해 4월 초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테마 ETF가 출시된 지 단 2주 만에 운용 자산이 1조 5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남의 나라 반도체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담는 외국인들을 보며, 정작 저는 단기 노이즈에 흔들려 일부 매도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자금 유입 채널이 한꺼번에 열리고 있다
미국 소형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메모리 테마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으로 편입 비중의 절반 이상을 채웠습니다. 나머지는 키옥시아, 샌디스크, 웨스턴 디지털, 시게이트 등으로 구성된 11개 종목입니다. 이 ETF의 성공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이유는, 이와 동시에 두 개의 추가 채널이 함께 열렸다는 점에 있습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IBKR, 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가 한국 주식 직접 거래 서비스를 시범 개시했고, 삼성증권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준비해 지난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외국인 통합계좌란 해외 투자자가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 개설이나 외국인 투자 등록 절차 없이 자국 계좌에서 바로 한국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적 연결 창구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 한 주를 사려면 국내 증권사 계좌 개설, 외국인 등록증 발급, 환전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그 진입 장벽이 단번에 낮아진 겁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세 가지 채널이 동시에 열린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 메모리 반도체 익스포저를 늘리고 싶어 하는데, 기존 접근 경로가 너무 좁았던 것입니다. 여기서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높인 고성능 메모리로, AI 학습용 GPU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부품입니다. 실제로 올해 4월 기준 국내 D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40%, 낸드플래시 수출은 200% 이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대목에서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는 핫 머니(hot money) 성격이 강합니다. 핫 머니란 수익률 기회를 따라 단기간에 대규모로 이동하는 투기성 자금으로, 유입 속도만큼 이탈 속도도 빠르다는 특성을 가집니다. 삼성증권 주가가 하루 만에 28% 급등한 것도 구조적 성장보다는 모멘텀 프리미엄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 수급 호재를 장기 투자 근거로 삼기보다는 글로벌 자금 유입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실적 개선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애플은 아이폰 17의 중국 시장 판매 호조와 구독 서비스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 모멘텀이 강해졌고, 샌디스크는 AI 투자 확대로 고성능 SSD 및 낸드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업체 전반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습니다(출처: Bloomberg Intelligence).
밸류에이션과 포트폴리오 비중, 숫자로 따져보면
저는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받을 때 파업 우려와 목표가 하향 뉴스에 겁을 먹고 일부를 매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골드만삭스가 올해부터 3년간 EPS(주당순이익) 추정치를 최대 55% 대폭 상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32만 원으로 올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여기서 EPS란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시티가 파업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34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내린 것과 대비되는 판단이었는데, 그때 제가 배운 건 단순합니다. 단기 노이즈와 구조적 이익 성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약 5.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이 기업의 이익 1원을 몇 배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실적 기준 PER 4.5배, 내년 실적을 반영하면 4배 수준까지 내려옵니다. 주가가 상당히 올랐음에도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히 SK하이닉스 쪽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빅테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업이익률 80-90%를 기록하면서 PER 30-40배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80%에 달하면서도 PER 4~5배에 머무는 현재 상황은 밸류 갭(Valuation Gap)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자금의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이 갭이 점차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해서 현재 시장에서 제시되는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메모리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체 포트폴리오의 35~40%
- 반도체 소부장(후공정·패키징·테스트 관련 업체, MLCC, PCB, CCL 등 기판 섹터): 10~15%
- 전력 기기(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수혜를 받는 전력 인프라 섹터): 10~15%
- 세 섹터 합산 비중: 전체의 약 60% 유지
제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면서 느낀 점은, 이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주가가 단기 급등했을 때 리밸런싱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말은 쉬운데 실제로 SK하이닉스가 하루 급등할 때 비중을 줄이는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긍정적으로 유지되는 동안에는 소부장 후공정 업체들, 특히 패키징과 테스트 관련 업체들이 대형주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KRX).
결국 이번 분석이 저에게 가장 명확하게 확인시켜 준 것은 하나입니다. 글로벌 자금이 한국 반도체를 향해 움직이는 구조적 채널이 새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기 수급 노이즈에 반응해 포지션을 줄이기보다는 EPS 성장 추정치와 밸류에이션 매력을 기준으로 비중을 점검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더 유효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하되 조선, 방산, 전력 기기까지 이익 모멘텀이 올라오고 있는 섹터를 조금씩 함께 담아가는 전략을 저는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